인간의 용도-쓰일데 많은 인간과 쓸모없는 인간

이관희 수필문집사람은 어디에 쓰이죠?(人間의 用途)

사람은 어디에 쓰이죠? (人間의 用途)

"사람은 어디에 쓰입니까?" 학생이 선생에게 물었다.
선생은 "돼지를 잡으면 배를 불리고, 범을 잡으면 가죽을 덮어쓰지만 , 사람을 잡게되면 살인죄밖에 덮어 쓸것이 없느니라. 그러니 오늘날 사람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됐다." 고 했다.

살신성인[殺身成仁], "목숨을 바쳐 사랑을 실천한다"는 뜻이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그 삶은 벌레와 다름없이 보잘것 없으나 그가 생명을 부지하는 동안에 사랑으로 맺어지면 부폐함이 없고 노쇠함이 없으며 병들지 아니하나 재산에 욕심을 기울려 놈의 노예가 되고 말면 금수나 벌레와 같이 어리석음과 욕심에 현혹하여 한치 앞을 살피지 못하고 암흑에서 헤매며 한번밖에 갖지 못할 목숨이 다하는 그날에 이르러 비로소 오장이 무너지는 회한을 토하며 숨을 거둔다." 말씀은 옳지만 너무 오래 사용해 그 끝이 둔탁해서 이미 퇴화해 버린 마음의 구멍은 좀처럼 쉽게 뚫을 수 없다.
사랑이란 말 중에 남녀간 주고받는 사랑,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 불상 하다며 동정을 나누는 사랑 따위가 있으나 목숨과 바꿀 정성이 그 중에 담겨 있지 않으면 그것은 한낱 사랑이란 말을 훔친 동물적 본능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나라 말이 여러 가지로 쓰임세가 좋다고 하지만 그러나 일부 정직하지 못한 부분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혼동하여 쓰게 됨으로서 막상 올바르게 가려서 써야할 말을 구분하지 못 하고 함부로 뒤섞어서 쓴다는 것이 결점이라면 큰 결점일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마음을 강제로 사로잡으려는 치정[痴情]과 다르며, 없는 자를 위해 힘을 부어주는 동정[同情]과 다르다.
심장을 주고 생명을 구하려는 정성이 솜털만큼만 남아도 사랑으로 간주 할 수 있다.
사람을 돈으로 사서 노예처럼 심부름을 시킬 수 있으나 그 목숨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은 오직 정성이 담긴 인간의 목숨으로서만 교환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화폐도 태환화폐나 불환 화폐가 있듯 사람 중에도 교환가치가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기와 가죽조차 쓸모 없는 하잘 것 없는 존재도 있다고 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생활이 윤택해 진 것도 오직 사랑의 교환이 꾸준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부산물일 따름인데 오히려 여기에 탐닉하여 헤어날 줄 모르며 스스로 인간의 존귀함을 깎아 내는 존재도 있다. 돈이면 인간의 목숨까지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들이 특히 그렇다.
소중한 인간의 목숨을 사랑과 바꾸기 하는 과정을"인생"이라 이 름한다. 고기로도 쓸모 없고 가죽조차 쓸모 없는 인간의 육신일지라도 오직 사랑과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다른 어떠한 보화보다 귀중한 태환화폐이다.비록 동물이라 할지라도 목숨을 바쳐 목숨을 구하면 칭송을 아끼지 않는데 하물며 인간의 가치는 인간 스스로의 희생이 거름이 되어야 참되고 소중함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죽기로써 싸우면 살고, 살고자하면 죽는다" 이 유명한 말 한마디로써 이순신은 싸움마다 이기는 상승장군이 되었고 마침내 이순신이 이끄는 휘하 병사들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이 나라 이 강토를 구해 내었던 꿈결같이 아기자기한 흥미진진한 역사를 우리는 현재도 갖고 있으면서 가끔 일만 있으면 입술위에 오르내리게 한다.
간추려 말해 사람은 자신의 심장을 교환하듯 사랑하며 살아왔고 앞으로 또 이렇도록 사랑해야 인간으로서 존재하며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은 이타적(利他的)인 사랑과 이기적(利己的)인 사랑 두가지로도 나눌 수 있겠지만 그러나 이기적인 사랑은 겨우 육신의 한계에 머물러 탐욕으로 끝날 뿐이고 오로지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이타적 사랑이 아니면 진실하며 또 올바른 의미의 사랑은 아니다.
남녀간의 사랑도 서로가 서로의 심장을 도려내 줄 각오가 없다면 그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라고 믿을 수 없는 거짓거리에 불과한 한낱 풋사랑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어디에 쓰입니까?" 하고 제자가 묻거든, "사람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데 가장 값지게 쓰인다" 라고 대답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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