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사네 이관희 수필모음-


행복한 책임

병원에 가서 허드렛 일을 돕거나, 자비의 집을 찾아가 무의탁노인들의 뒷수발을 들어 주거나, 공장을 찾아 자재운반·폐품정리·제품포장등을 거들건, 공동취사장에 김장김치를 담아주는 등 직원들은 바쁜 일과에도 짬을 내어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인격도야와 사회적응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인생도 배우고 직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자 현장체험이라는 교육방법이 요즘 많이 원용되고 있는데 몸소 이 현장체험을 다녀온 직원들 중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막상 현장 일을 해본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 한마디로 저희들이 받고 있는 월급이 적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지사장님"

이 가운제 짚히는 "적은 월급이 아니다"라는 그 말한鑁마디는 또 한번 깊게 음미할 여운을 주었습니다. 다 같은 국영업체의 예산지침에 따라 잭정된 급여이며 대개느 遁일반기업체보다는 못하고 공무원보다 약간 상회한다고 보는 급여수준은 이미 짐작되는 바이나 해마다 인플레이에 붸겨 인상을 독촉하는 실정에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평상시 경제일변도 느낌으로는 도저히 감지하기 어려운, 소위 '깨달음'의 경지 아니면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가뜩이나 부정부패 문제로 전후·상하·좌우가 뒤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비록 말한마디이긴 하지만 고맙고 믿음직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닙디葡. 어느날 또 다른 한 직원은 이런 말을 하면서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라는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이 저에게 준 최대의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행을 당한 동료 노동자를 도우면서 월급까지 많이 받으니 늘 고맙지요. 마땅히 우릴 찾아 주는 손님들에게 친절도 극진하게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개우치는 것 같습니다."

'민원인에게 친절하여야 한다'는 것을 조석으로 잔소리하던 저로서는 또 한번 어리둥절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민원인을 응대하는 요령과 민원처리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비디에 제작에 전직원이 참여해 일과후에는 틈틈히 연습을 하더니 일류 탈렌트보다 낳은 연기력을 발휘하여 드디어 좋은 작품하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비디오는 또 다른 동료지사에 배부하려는 중에 있다 합니다.

이러한 것은 모두 현장체험이라는 동기부여가 깊게 자극되어 모든 일을 솔선수범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여지가 없거니와 민원인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과 자발적 움직임 없이는 아무리 훌륭한 재주를 지녔더라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실된 행동은 표현해 내기가 어려운 것인데 의외로 동료직원들은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낳게 된 것에 반갑고 무한히 감사하였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찾아주시는 민원인들에 의하여 비롯되는 것이며 그들이 우리를 외면할 때 우리는 이 직장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역시 잘 압니다. 인간은 기본적인 예의, 염치를 알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다시 찾았다는 행복감도 함께 하는 것이니까요.

'민원인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이 각오는 곧 '사랑과 봉사'라는 행동의 승화(昇華)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