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사네 이관희 수필모음-

노동과학

노동문제가 법률과 경제문제로 범벅이 되는 동안 철학적 궁핍과 문화적 삭막함이 교차되는 풍토로 변해가는 분위기에 쌓이며 노동과학 분야는 잊혀진 예성터처럼 황폐해 지고 있다. 오늘의 노동문제의 시각은 철학적 방향감각이 없어 보인다. 세력의 크기는 목소리 크기에 비례하고 법률의 개폐는 이해 당사자의 마음에 따라 결정하고 여론에 반영되는 일은 드물다. 따라서 법은 절대적 존경을 받지 못해 목소리 높은 사람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노동문제의 위상은 한마디로 보수의 효자손이 되었다가, 한때는 진보의 지팡이 노릇도 하는 줏대없는 창녀노릇을 해왔다. 이것은 형이상학적 방법으로 정의되어야 하는 노동철학이 없는 탓으로 단정해 마땅하다.

한편 문화적 포용력도 부족하다. 동, 서, 남, 북의 여러 잡학이 모이고 쌓여서 산더미가 되었으되 그 어느 것 하나도 쓸모를 알아낼 수가 없게 되었다. 외국맛에 취한 학자들에 의하여 중구난방 수많은 학문이 유입되었지만 민주주의적 문화기반이 취약한 점을 악용하여 자기가 주장하는 막대기만 깊히 박고 남의 주장하는 바를 배척하여 사대주의 망상에 잠기는가하면 모두를 경제수준이하늬 동물아닌 속물로 만들었다. 이것은 경험과 지혜를 가볍게 하고 노동문화 영역이 결핍한 까닭으로 봐야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인간의 추구하는 바가 오랫동안 경제쪽만 집착하다 보니 판단의 기준을 이득에만 집착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바둑에서 자충수와 같아 경제에 의해 살고 경제에 의해 파괴를 맞게 된 것이다. 어떻게든 인간능력은 무한하다고 보는 주장을 내세워 인간을 생산도구로만 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즉, 인간은 한계가 있는 체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보호되어야 하는데 이로써 능률과 한계를 조정할 수 있는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고 인간적 측면은 마땅히 노동과학이 점유하여야 하는 연구분야로 생각된다.

이를 보다 상세하게 나누어 설명하면, 노동의 창출원천인 신체와 전신건강, 인간동작과 식생활 문제, 신체의 피로와 휴게휴가, 산업생리학,산업병리학, 노도위생학,산업안전, 인간공학 노동심리학, 노동자의 신경안정과 가정생활, 노동과 노인과 청소년 그리고 여성문제 등이 마땅히 연구되어 야 할 것이다. 이중 산업안전은 재해예장적 차원에서 연구되고 있지만 이는 노동과학적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마땅히 노동과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코 노동경제의 시녀와 같은 위체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 인간의 한계를 존중하여 인간의 능력을 인간답게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곧 노동과학이 독자적이고 자율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연구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70년대 노동과학 연구소가 있었으나 힘의 논리에 밀려 활동이 변질되고 연구의 싹이 사라지게 되었으나 다시금 균형 발전원칙을 되살려 노동철학 노동문화창달과 더불어 노동과학의 소생이 또한 소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