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사네 이관희 수필모음-


감놔라 배놔라

이백양(산업평론가)

상호신뢰가 있어야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가 왜 서로 믿지 못하고 질시하며 의심해야하는 사이로 되었는지 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산업사회의 주역인 노동자와 사용자는 필요불가분의 유대를 맺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노사풍토에서 불신의 풍토가 두드러지게 깊어지는 것은 분명 이러한 적응수단이 능숙치 못한 까닭이다.

오늘날 노사관계가 불신풍토로 농축되어가고 있는 원인의 하나는 두말 할 여지 없이 노사 당사자의 서투른 대응자세에 있다로 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는 서로의 이기적인 욕심이 바탕이 된 것인데 갑작스레 불어닥친 산업사회의 생활 체험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근본적으로 조감해보면 인간의 원색적인 동물적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고 있는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한층 교훈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무려 30여년이 넘도록 경제발전 위주의 정치풍토에 젖어 산업사회에 참여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이러한 경쟁풍토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하는 사이에 어느덧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예외없이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풍토로 변모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책임이 노사 당사자에게만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그 주변 방관자들의 무책임은 더욱 가증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유례없는 장기간의 악착스런 일제 식민지 지배를 벗어나자 마자 좌우이념간의 피비린내나는 극한대립의 와중에 몰려 가진자와 못 가진자와의 계급의식을 주장하기도 하고, 상대적 열등감을 부추기고, 경제발전에 뒤따른 노동자계층의 소외감을 충동질하는 등은 노동자로 하여금 좌절감을 안겨줌으로써 과격한 행동의 표출을 유도하기도 했고, 이 때문에 노사간에는 더 깊은 불신의 수렁이 만들어져서 노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만 창출된 능력을 잃어버렸다. 여기에는 노사관계의 자율적 능력배양을 억제하여 온 과거의 과잉규제도 책임이 크다.

이제는 마르크스주의의 논리적 오류가 체험적으로 증명되었고,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신념은 노동자나 사용자나 한결같이 공감하고 확신하므로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상호신뢰적인 본연의 관계를 회복하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정상적둁인 거래를 도모하도록 어중이 떠중이가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큰 악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노사불신과 노사갈등인데 이러한 병폐를 하루 속히 불식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장차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길은 더욱 요원한 것이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노사 당사자의 역할이 긴요함은 물론이고, 또 주변에서도 "감놔라 배놔라"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우리들이 신랑신부가 예식장에서 실수해도 너그러이 웃음둁으로 보아주는 아량이 있는 것은 누구나 그 정도의 실수는 체험한 과거가 있거나, 체험할지도 모르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