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사네 이관희 수필모음-



玉浦大捷(옥포대첩)

거제도 옥포, 노사간 분쟁이 또 일기 시작한 대우조선, 어느덧 두달이 넘은성 싶다.

서울에서 천리 떨어진 객관, 홀로 생일을 맞으니 하늘에 비췬 달이 더 커 보인다.

충무소장으로 한해하고도 반년을 보냈건만 저 달이 오늘처럼 더 큼지막하게 보인 것은 처음이다.

생일이 오면 늘 나의 어머님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수년전에 작고하셨지만......

생전에 어머님께서는 내 생일날 새옷도 입혀주시고 맛좋은 음식도 따로 갈무려 두셨다가 주시며 먹는 모습을 은근한 미소로 그윽히 바라 보시곤 했다.

그때 참으로 행복해 보이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오늘은 저 달속에도 겹쳐 떠오르는 것 같다.

어릴적부터 공부한다고객지도 떠돌다보니 늘 어머님모습을 그리워하게 되고 높게 뜬 달을 올려다 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 시절 자작시 자작곡하여 그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저 산 넘어 나의 고향 우리 어머님께선

하늘 높이 떠 비취는 달과 같애요

오늘도 멀리멀리 고향에 계신

어머님이 그리워서 달을 봅니다.

어머님께서 늘 당부하시는 수많은 말씀중에 생각나는 것 한가지는,

"객지에 있더라고 네 생일만은 꼭 지켜서 친구사람들에게 알리고 좋은 음식을 마련해서 함께 하도록 해라." 신신당부하고 또 당부하셨다. 그래도 우둔한 나는 그 뜻을 미쳐 알아 차리지 못하고 심지어 생일날조차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옛날의 어머니들은 아기를 출산코자 마루를 올라설 때 뜨락에 벗어 놓은 자기 신발을 다시 한번 더 뒤돌아 본다한다. 과연 생사를 가름하는 심각한 때, 볼지 말지할 신발, 또 보고싶은 것이다.

누군가 분명히 이런 말을 했다.

"네 생일은 곧 네 어머님이 새롭게 생명을 이어 가신날이나 다름없다."

내일이면 대우조선 노동조합에서는 파업을 하기로 예정되었다고 한다. 온 거제도가 불안에 떤다.

한낱 나의 생일에 고독한 감회를 이기지 못하던 나는 한산도해협에 높이 걸린 달을 올려다 보았다.

"바라건데, 대우조선이 노사화합하여 세계일등조선소로 새롭게 태어 나는 날, 내 생일도 함께 많이 차리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나흘후, 많은 이들의 지혜로 칼날처럼 날카롭던 노사대립이 봄눈처럼 녹았다. 함께 이긴 것이다. 노동조합과 회사는 각기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랑하며 나에게 극구 감사하다고 하니 이러한 일은 왕년에 좀처럼 없던 일이라 어리둥절하면서 흐뭇하다. 분쟁때마다 떠들썩 하던 운동장에서는 세계일등조선소로 다시 출산될 뻐적지근한 분위기에 휩싸여 잔치준비로 더욱 부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