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사네 이관희 수필모음-


어, 더, 위 業種

이관희(산업평론가)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 이것을 우리는 "쓰리디-3D"라며 애써 먼 타국말로 옮겨 쓰면서 남의 나라일처럼 여기고 외국인들까지 끌어다 쓰는 판국이 되었다. 가까운 왜인들은 이 표현보다 "3A"라고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보려 애쓰는 판에, 외국제라면 사죽을 못쓰는 것은 왜놈들보다 더 앞서는 형편이니 우리가 왜인을 따라잡는다는 장담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이 "쓰리디"에 해당하는 사업장에서 일하게 되면 사람대접을 못받게 되는 때문인지 좋은 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사람은 이 일자리를 기피하여 점점 줄어 들고 있고, 아직도 그 사업에 미련을 두고 있어 한동안은 외국인들을 불러써야 하고 사장님 가족으로 일하는 풍경이 지속될 것이고 외국인도 잘만하면 사장님 사위감 자리도 넘보려 할 것이다. 아무리 쉬운 일을 해도 그 보람을 모르면 그것은 직업이라기 보다 고역(苦役)이며, 어렵고(難), 더럽고(醜), 위험한(危)일로 일컫는다.

무조건 일꾼잘못만 탓할 일이 아니라 이 "어, 더 위- 難醜危" 업종에 대한 우리나라 경영인들의 인간천시 경영자세도 반성의 여지가 많이 있다.

"공장일은 내일처럼 근로자는 가족처럼", 너무나 그럴듯한 구절이다.

이것은 '87년 전후 회사마다 공장마다 현수막에 써서 걸어 붙였던 표어중 하나다.

이 말은 경영신조로 삼고자 아예 공장담벼락에 큼직하게 박아놓은 곳도 있다. 그러나 오랜세월이 지나고 나서 손질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통에 일부는 지워져서, "종장일은 '네'일처럼 근로자는 '가족'처럼" 따위로 변해버린 곳도 보인다.

우리에게 "가족"이라함은 "내"란 뜻과 동등한 개념이기에 공장일과 근로자는 곧 하나의 동질개념으로 여기게 하고 좀 더 생산성을 고양시킬 목적과 부합시켜 볼 심산에서 창안된 말이라고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가족처럼 생각한다며 노예처럼 부려먹고 임금조차 떼먹으면서 "가족"을 위장한 "가축" 대접하는 웃지못할 일들도 있다. 겨우 10여만원의 임금을 주지 않으려 갖은 못된 꾀를 부리며 도망다니고 일일이 찾아가서 사정하면 오히려 큰소리치며 으름장을 놓는 자들이 많이 있다.

"말로만 무얼(?)하면 자손이 귀하다"라는 음담패설적 속담이 있지만 개도 부려먹으려하면 달콤한 말만으로는 꼬리조차 치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하면 "으르렁"하고 달려들고 만다.

근로자를 가족처럼 대우한다고 하면서 모든 기준을 "적게 주고 많이 얻는" 경제논리만 내세워 근로자를 그야말로 가축처럼 대우하니까 마침내 이 "어더위"란 업종이 늘어나게 마련이고 근로자들은 어러한 직업을 차츰 멀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지 않았나 짐작된다.

근래 외국에서 여자노동자도 수입해 쓴다하니 단순한 노동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점점 더 심각한 여성문제, 청소년문제, 인종문제 등 그야말로 세계화가 되는상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