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사네 이관희 수필모음-
"쫑"도서관
개(犬)는 "교환"을 모른다.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가 한 말이다.
개에게 "소유"만 있고 교환이 없는 것은 그때나 오늘이나 마찬가지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두 마리 개에게 똑같은 것을 주었을 때 개들은 서로 자기에게 몽땅 배당된 것으로 알고 다른 놈에게 주어진 것까지 제것인양 맹렬한 다툼을 벌인다. 이점을 인간이 배워 생존경쟁이란 미명하에 이익을 추구하여 오늘날 자본주의라는 꽃을 피우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반면, 두 마리 개에게 서로 필요를 느끼지 않는 서로다른 것을 주었을 때 개들은 바꾸어 쓸 줄 모르고 서로 빼앗아 가려고만 한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개같다"라고 비아냥거리기만 한다.
사람은 어려서 죽는 사람도 있고, 살기 싫어 일찍 죽는 사람도 있으며, 오래 살다가 죽는 사람도 있다. 다만 오래 살다가 죽을 때에는 오래 산 만큼 더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오래 산 만큼 손해를 입고 있으므로 이를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특히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 지식을 많이 저축한 사람들의 경우는 이러한 삶의 애착이 더한층 크고 징그러우리만큼 끈질기다. 왜냐하면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재산을 다 쓰지 못하고 떠난다는 생각,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뿌려놓지 못하고 간다는 악착스러움이 "서울하늘 아래 스모그"처럼 지겹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에 앞서 즐겁게 죽는 이는 하나도 없다. 스스로 죽음을 자청하는 자살자도 죽음에 임해 이 세상에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여기면서 떠난다. 이처럼 사람은 죽음에 앞서 손해만 보고 떠나는 것처럼 여기기 때문인지 무덤만이라도 봉긋하게 만들거나 돌덩어리를 빚어서 글자를 박아놓고 떠나는데 처절하리만큼 억척을 부린다.
언제 어느때 가느다른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산을 옮길 때 이름없는 무덤들이 흩어져 없어지고 썩을 뼈다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전전긍긍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허공을 맴돌다 한낮 회오리에 낙엽보다 헛되이 흩어지고 마는 혼령들이 아니던가?
지니고 있는 지식이나 쌓아 놓은 재산에 대하여 교환을 모르고 떠나는 인생들은 이 아픔을 더한층 뼛속에 삭이며 떠난다. 마치 보신탕집에 끌려가며 남겨놓고 가는 뼈다귀에 미련을 못버리는 인생을 "개의 손익"이라 한다면 사람들은 다투어 배우지 못해 안달이다.
많은 삶들의 목마름을 풀어주는 동네 도서관, 그 문패 앞에 "OO씨 도서관"이란 이름이 한낮 무덤의 표기나 비석의 호화로움보다는 이익이 남지만 개는 이정도 계산법도 모르고 뼈다귀에 충실한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민족에게 반가운 날이기도 하다. 혹독한 일본제국주의 군사정치체제에서 해방이 된 것을 치면 더 없이 행복한 날이기는 하다. 이날부터 우리는 잊을 뻔했던 것들을 찾앗는데 그중의 하나가 "한글"이라는 것이다. 가급 학교에는 국어 교과서가 배포되었는데 일본 글자인 "가다가나"가없어지고 전부 한글로 쓰여진 것들이었고 일학년부터 중학교까지 모두 똑 같은 내용으로 만들어 진 것이 기이하다면 기이하였다.
첫장을 넘기면 먼저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로부터 시작하였는데 다음장 부터는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제목은 "욕심많은 개"였고 개가 고기를 물고 다리를 건너가오. 다리를 건너던 개다 다리 아래를 내려다 보았소. 다리 아래에도 개한 마리가 고기를 물고 있었소. 개는 "컹"하고 짖고말았소. 그만 입에 물고 있던 고기가 다리 아래로 떨어지더니 강물따라 흘러가 버렸소.라고 긑은 맺었다. 매우 교훈적인 것이라고 생각 했다.
지난 여름 우리집에서 키우던 "쫑"은 개장사에게 팔려가기 앞서 아내가 물려준 갈비를 마다하고 개값을 받아 쥔 아내의 왼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아내의 왼손이 등뒤로 슬그머니 돌아갔다.
아내는 아직도 그 개값으로 받은 돈의 쓸 곳을 정하지 못해 망설이고 있다. 노동도서관 세울 때 보탤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