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梅를 엿보다

이른 봄밤 뜰 가운데 거니 노니

문득 달도 내 그림자 함께 따라

매화내음 깊숙이 마시면서

이리저리 서성이며 돌고 또 도는구려

은하수 한없이 쏟아 붓는데

어느덧 밤 깊은 줄 모르고

하염없이 주저앉아 일어설 줄 잊었더니

그사이

달빛 젖은 매화향기 내 옷깃에 스며들어

매화가 나인지

내가 매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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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매화가 이렇게 아름답고고운 꽃이 였던 줄 모르고"

짐승마냥 욕심에 뭍혀 살아 오다가 내 나이 얼핏 일흔을 넘어 섰더니

선생이 써 두시고 간 반 천년 지난 이제서야 비로소 이 싯귀를 맛 본다네

옛어른의 글을 내 마음대로 고치고 바꾸는 것이 죄스러울 지라도

형식에 얽매여 글 쓴 뜻을 짐작하지 못해서야 무슨 맛으로 살겠는가

글뜻에 가까히 가가히 다가들다 보니 엣분들 글 쓰시던 그때로 찾아든듯

내 취향따라 새로 풀어 쓰다 보니 반 천년 거슬러 그때 그 매화를 본다네

정신을 잃고 내 다시 매화된듯 하여 눈(雪)빛 속에 청매(靑梅)가 되었다네

희다가 못하여 더 더욱 하얗게 되고 더더욱 하얗다가 푸른 빛이 된것이니

구태여 뉘네 허물로 가타부타 하겠는가?

앞으로

내 늙고 꺼꾸러진 모습 찾기 보다는 아름다운 내 청매 만나 보시게 

그 누가 말했던가 아스라히 잊었건만 그맛을 잃지 않고 옮겨 보네 

“내 전생이 달이 더니 마침내 사람되어 오늘 매화 앞에 섰노라”

이말이 다시 한번 내 귓가를 스치며 내말처럼 나에게 말하네

“내 전생이 모란이 더니 마침내 사람되어 오늘 매화 앞에 섰노라”

다시 후생에 이만한 꽃 되고자 수백 겁을 더 견뎌 인연을 쌓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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