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림수

자신이 놓은 돌이 오히려 자신을 포위당하게 해 자멸하게 될 때 흔히 쓰이는 바둑용어를

"자충수"라 합니다.

장님 제닭 잡아먹는 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바보스러운 일을 두고 비웃는 말로 인용할 때에,

"저 사람 어리석게 자충수-自充手-를 두고 있군!"한답니다.

그러나 어느 누가 할 일을 다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엉뚱하게 스스로 피해를 입는 일을 할 때처럼

바보스럽다고 해서 손가락 탄알을 받게 되는데 흔히 "뭐 주고 뺨맞는다"는 표현도 이에 가깝습니다.

좋은 일하고 욕먹는 이런 경우 선과 악이 명확치 못해 비판의 대상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고금을 통하여 많은 선각자들이 명멸하면서 주옥같은 좋은 지혜를 가르쳐 왔습니다.

노자(본명은 李耳,字를 伯陽,죽은 후諡號老聃,周王室藏書閣직이,"老子-연상의 선생님"라 불렀음]

그의 제자들이 그의 가르침을 모아 만든 도덕경(道德經)제 36 장에서,

"갖고 싶은 것이 있다하거던 먼저 주라."고 하며 먼저 양보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한비(韓非-周시대사람,韓의 왕자로서 조국 韓을 부흥시키려고 韓非子라는 책을 지음)도

"상대가 탐낸다면 먼저 주어라"고 했습니다.그러나 후세사람들은 이 두 사람을 선과 악의 대표로 비

교, 노자는 성인으로,한비는 권모술수가로 못밖아 버리고 맙니다.

이것은 동전 한잎의 앞뒤를 두고 동전의 가치를 다르게 따지려는 경우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을 고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인정하고 반성하는 이가 있어 역사는 계속 반복합니다.

우리는 한마디로 주는 역사였습니다. 조건없이 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표를 찍어 주십시오!"하면 기꺼히 찍어 주고 말았습니다.그리고 뺨도 맞았습니다.

지금 현실의 한모퉁이에서는 계속 역사반성의 바람이 불고 있고 민심의 눈은 여기에 모여 있습니다.

역사의 반성이 줄기차게 계속되는 동안 국민은 그야말로 초 시대적 감각에서 사는 느낌입니다.

말하자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의 세계를 누비는 형국입니다.

역사를 굴리면서 구석구석 뒤집어 보고 있습니다.그야말로 사차원-四次元-의 신묘한 경지에 있습니

다. 심지어 500년을 거슬러 이성계까지 논죄하여야 한다는 억지도 부려본답니다.

이에 편승하여 연일 과거뒤집기 역사물이나 자료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자신만은 오직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바라면서 후회없이 살아 갑니다.

크게는 변화와 개혁에 반발하며,적게는 나만의 행복만을 여미며 살고 있습니다. 간혹 "들쥐같다"는

혹평을 들어도 귀를 막아 버리고 맙니다."내닭을 내가 잡아 먹거나 말거나","뺨을 맞거나 말거나"충고

라면 무조건 싫어 합니다.새해가 밝아 오지만 올해도 여전히 어떤 수를 놓아야 할지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왜냐하면 우리민족에게는 늘 "물수"라는 기상천외한 수가 있기 때문에 언제던 자신

있어요.

"찍어 달라면 언제 던지 얼마던지 찍어 주겠네! 자충수라도 어떤가? 또 물리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