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경남 통영(충무라고도 부름)에서 운 좋게 얻은 자료조각을 모아 옮긴 것입니다. 이 자료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은 갈갈이 짖이겨저서 앞뒤 순서가 서로 맞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글의 취지와 문맥을 이어가면서 요즘 쓰는 말로 바꾼것임을 이해하시기바랍니다. 뜻있는 통영청년에게 돌려드립니다.
- 1992년 봄-이관희
- 이관희의 칼라수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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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에 격하노라
일본은 군사강국임을 자처하여 동양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구실을 앞세워 침략의 길로 나섰다. 청나라와 싸워 이기고 또 러시아와 싸워 연승하자 미국. 영국등 열강과 어깨를 견주려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선진국임을 뽐내며 과대망상증이란 괴이한 병에 걸려 기고만장하면서 마침내 동양평화라는 양의 머리를 내밀고 한일합병이라는 개고기를 팔았다.
마치 말을 사슴이라 가리키면서 억지를 써서 그야말로 건모와 술수를 다해 돌이킬 수 없는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과연 어떤 하나의 민족이 다른 민족을 욕심 없이 도와주고 이끌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주장은 일본들만이 갖고 있는 특유한 속임수요 새빨간 거짓말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천년을 두고 우리에게 침략을 일삼아온 과거 역사는 마치 독일이 폴란드를 강제로 병탐하였던 역사와 같은 것이다. 손가락 하나로 눈을 가리고 자칭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아니꼬운 수작을 보라. 그들이 한일합방한지 10년이 된 오늘날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 왔는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떻게 든 지 살아 남으려고 버둥거려 왔던가?
이 땅 이 도시의 거리거리가 얼마나 넓으며 석조정원 봄꽃도 향기롭고 산하는 아름답기 그지없구나. 과연 그렇다. 금수산 금수강이 명미도 하여라.
그러나 보라! 화려한 강산 기름진 음식은 모두 뉘것이 관대 뉘가 먹고 있느냐?
그 크고 높던 누각도 모두 왜놈들 것이 되고 말았구나
생동하는 봄과 풍요로운 가을이 모두 그들을 위한 것이요, 강산을 지나가는 기차바퀴와 바다 위에 떠있는 큼직한 함선들은 이 나라의 풍요를 앗아가는 약탈의 귀신들이요, 문명이라는 사탕발림소리는 우리동포의 목숨을 재촉하며 목을 조르는 피와 기름이 빠져나가는 슬픈 넋두리로다
보라!
도시의 뒷골목과 산언덕배기에, 거기는 엄동설한 떨고 굶어 부은 얼굴의 우리형제와 사지를 못쓰는 동포들이 뒤엉켜 누워 신음소리를 뱉어내고 있음을...
이것이 독재의 철편에 맞아 얼빠진 시체와 형장에 쓰러진 목숨의 파편이 구물구물 구르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그들이 우리민족에게 대하여는 합법정치의 양머리요,개발문명의 개고기다.
약탈의 원흉 이등박문이 삼천리 이 땅에 고기잡이 통발을 놓아 백골을 뜯는 송장에 까마귀 때가 휘적거려 날게하고, 무덤을 파는 여우와 독수리가 설치며 춤을 추는 곳이 되고 말았다.
이 참담한 조국의 거리거리에서, 동포여 !길 잃은 양이여!
작은 한칸집도, 손바닥 같은 전답조차 내 것이 아니요, 조상을 묻고 이슬 맞아 자란 목숨이 시체가 되어 묻힐 땅마저 빼앗긴 형제들이여! 죽으나 사나 조상이 물려준 이 땅! 자손만대 이어갈 이 강산을 다시 찾아 무궁무진 뻗어가며 길이길이 어떻게 라도 살아야 할 동포형제여!
보고도 못본체, 듣고도 못들은체, 말도 못하는 벙어리들이여! 말도 못하는 벙어리들이여! 삼천리 텅텅빈 동굴이여! 지나간 십년! 암흑의 밤은 가고 이제 동터오는 아침 이여라!
춥고 어둡던 빈방에 얼어붙었던 대문이 열리는 도다.
힘차게 굴러가는 새봄의 수레들의 행진이어라.
남산 망루! 강산을 울리는 저 대포소리는 우리의 수족을 묶었던 철사와 강사를 꺾어 없애는 자유의 힘찬 종소리 어라!
나오라 형제여! 구국의 길로, 피나는 일터, 죽음의 공장에서, 염라의 철굴레에서, 어서 바삐!
굉이들고 산에간 내 형제여! 그물 들고 바다로 간 내 동포여! 기심 뜯던 들판에서, 베짜던 베틀에서, 내 누이여! 큰 거리로 서슴치 말고 뛰쳐나오려무나!
조상이 당부하신 유업이다. 자손이라면 마땅히 이루어야할 책무로다. 철천의 포원을 갚는 마지막 기희이다. 미개 야만국이던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켜 팔 년동안 우리를 괴롭혀 왔고, 운양호사건을 도발하고 을사보호조약이라는 가면을 쓰고 덕수궁 안에서 군대와 경찰의 칼과 총으로 흉계를 꾸밈은 그들이 묻힐 묘혈을 스스로 판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그들이 인류역사의 장래를 살필 능력이 있는 종족이라면 과거 독재로 다른 민족을 정복해 스스로 망했던 역사적 경위를 안다면 이제 일본이 군국침략의 객기를 부려 동아 10억을 상대로 이빨에 핏칠을 하여가며 스스로 화근을 만들지는 않으리라.
비록 막강한 대군임을 자랑하나 한낱 필부의 가다듬은 마을을 좌우할 수 있으리요!
항차 이천만 민족 고려인의 전통기상, 천만리 동양 아시아 대륙을 독살 스런 망발로 침범함은 성난 하늘이 용서치 않을 지니 그들 백만 군대라 할지라도 인류의 역도일 뿐이다.
임진8년의 치욕도 치욕이거니와 숨막힐 듯 그 비통과 분한 마음이 산이 울고 사무친 원한에 바다가 끓는 도다.
삼천리 반도에 뿌리를 둔 조상의 정령이여, 달리는 즘생아, 작은 새들아, 무릇 이 땅에 목숨을 탄 모든 벌레일 지라도 모두 나서는 도다.
이 땅에서 얻은 목숨이니 이 땅을 위하여 한낱 티끌로 남음이 무한의 영광이어라.
불로 태우련다. 물로 씻으련다, 얼어붙은 형제의 체온을 녹이련다, 말라터진 강산을 충이련다. 온 강산이 화산이 되어 터지려한다.
아직도 목숨을 부지하여 구차하게 살려는 자 있는가? 하느님의 높고 넓은 뜻을 짐작이나 하리요만 어찌 우리가 운명에 묶이여 목숨 부지하기만 급급하리요
나라 없는 슬픔을 장차 우리자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고자 원하는 자 있는가?
바가지 들고 문전에 밥을 비는 슬픔을 자손에게까지 물려 줄려는 자 있는가?
우리는 결의하였도다. 천지가 다하고 천년만세에 이르도록 없어지지 않을 결심을 굳게굳게 하였다.
호마는 부는 바람으로, 월조는 남쪽 뻗은 가지를 찾아 향수를 달래며, 여우도 죽을 때 태어난 굴 쪽을 향하여 머리를 눕히는데 우리는 머리둘곳 조차 빼앗겼으니 짐승만도 못한 신세[들이 아니던가?
슬프다 철추비수를 가슴에 품고 쓰라림을 씹은 지 몇해이며, 뜻을 세워 목숨을 버린 이가 그 몇이던가 막막한 벌판, 해저믄날 두만강 송화강뚝 까마귀와 더불어 슬픔을 나누고, 찬서리치는 새벽 낙엽처럼 구르다가 고갯마루 걸린 달 보며 목놓아 통곡하고, 압록강 얼음물에 쓰린 속 달랜 일 그 몇해이런가. 이역만리 홀로 그림자 밟으며 기진 맥진 맨주먹으로 싸우다 죽어진 주인 없는 송장은 그 얼마며 까닭 없는 수모를 받으며 얻어맞아 불어지고 터진 상처를 보듬을 사이도 없이 원수의 총칼에 돌아 올길 없는 원귀가 된 형제는 그 얼마뇨?
조국을 잃고 고향을 등진 자 그 얼마며, 국적 없는 유랑의 무리가 그 얼마인가? 육대주 오대양 사람 사는 거리거리 가는 곳마다 겨레들의 한숨이요, 서서 머무는 곳마다 피눈물 흘리니 모두 우리동포 뿐일 지라. 삼천 가지 죄목 중에 가장 큰 죄는 나라 없는 죄요, 뼈저리는 설음이 망국 당한 설음이라. 벽옥처럼 맑은 조국의 하늘! 기름진 이 강산 그냥 내버려두고 어디로 갈곳이 또 있다더뇨. 제 어깨로 제 몸뚱이는 짊어지지 못한다는데 형재여 너 홀로 짐승처럼 살 수 있겠는가?
나라 없는 개가 되겠는가?
아! 이 피맺힌 목청으로 조국의 도성과 전답과 산천은 분화로 터졌다.
동포여! 사람의 도리를 다하라. 절통히 죽은 젊은 혼들이여, 모조리 나오라. 주인이 없으면 누가 대답하랴. 갖던 것 오게하고 끊인 것 펴게 할 주인이 바뀔 찰나에 왔다.
어둠과 슬픔과 춥고 굶주림으로 어린 후대 자손을 달랠 수 있겠는고?
아! 황량한 산하여, 참담한 내 조국이여 , 이 학살의 거리 오늘에도 살 수 없고 앞으로도 살 수 없는 형제여, 어서 바삐 뛰어나와 이 성스러운 대열에 발마추어 나서라.
하늘도 땅도 청산도 녹수도 즘생도 새들도 벌레도 이 땅에 생명을 이어받은 자 빠짐없이 가담하리, 폭력은 폭력으로 갚음은 당연하며. 오직 한마디 승리로서 대답할 따름인 저!
철석같은 우리의 신념, 벽력같은 우리의 함성, 적들의 창과 투구는 이제 땅에 떨어 젓나니.
밝은 천지, 아늑한 봄볕, 거칠 것 막힐 것 없는 정의의 개선, 회천동지의 나팔 소리, 강산을 뒤흔드는 함성, 아침해 칠색영롱한 이 나라 깃발, 이천만의 손으로 매어 올리자!
하늘 높이 푸른 하늘 꼭대기까지
맹서1. 나라 생각만 하라. 구구한 잡생각은 도적질이다.
맹서2. 우리는 죽음으로 자유를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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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19년 3월13일 사전에 거사내용이 발각되자 지도자들이 체포되어간 상태에
서 겨우 몇사람의 유지들과이 기생30여명을 필두로 통영장터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기억하실 것이다.
이글은 당시 운동을 지도하다 잡혀간 통영 청년 진평헌(陳平軒)
이 지은 격문이다. 이날 뿌려진 격문이 제대로 보관되지 못하고 갈기갈기 찟껴진체
순서없이 보관되어 있던 낡은 자료첩에서 찾아내어 정리한것입니다. 문장은 너무도
잘 지었으나 어려운 한문이 많아 제가 약간 바꾸어서 올리는 것입니다
나라잃은 시대
1919년 당시 피끓은 통영 청년들의 심금이 엿보입니다
이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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