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쟁의 권모술수

鷄打竹勞 [계타죽로]

이말은 잡기장[雜記帳],또는 Free Note라는 뜻과 같다.

계[鷄]는 닭, 타[打]는 치는, 죽[竹]은 대, 노[勞]는 로,

그래서 "닥치는대로"쓴다는 뜻인데 신라[新羅]의 이두

[ 吏頭]를 본떠 필자가 오래 전부터 만들어 써온 순수한

우리나라의 말을 한문으로 표기해본 것이다.

한글이 없었던 그 옛날에 우리조상들! 참으로 고생 많이

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젠 우리나라 글이 있어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줄을

모르는 것들이 있으니 이것 또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도다.각설하고........

노동문제는 법제도와 행정지도라는 물리적 힘만으로 해결되

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동문제를 둘러싼 주변상황과,양 당사자의 의지와,

정치,경제,사회,문화등 변화하는 환경의 역활과 아울러

심리적인 작용과 역사적인 현실과 우연적인 소여[所與]에

따라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보며,해결의 요체[要締]도

이러한 상황논리를 극복해 나가는 가운데 당사자간의

경험축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본다.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표현하듯이 식후에 씹는 껌[Gum]을

우리말로 표현한다면,"입걸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오랫동안 써오던 "껌"이라는 표현보다는 어색하게 들릴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껌을 사용한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서양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상륙한 껌은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오래전부터 입걸레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씹고 있을 때에는 즐겁지만 단물을 거의 다

빨아먹고 쓸모가 없게된 때에는 버릴곳을 가리지 아니하고

서슴없이 튕겨버린다. 약간의 교양이라도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은 종이에 싸서 버리는데 이것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고작이다.

껌을 씹게된지는 무척 오랜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씹는 기술도

다양해서 소리가 나게 씹는 기술도 있고 이것을 풍선처럼

만들어 보는 솜씨도 있다. 여기에 대한 Know-How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급이지만 아직

그 뒷막음을 하는 기술 ,즉 Know-Why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야만족[野蠻族]이다.

이 야만성은 "입걸레"한가지 뿐 이겠는가?

산업사회[産業社會]가 이땅에 이식[移植]된지도 거의 1 세기를

넘어서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그 발걸음은 어린아이의 걸음거리와

다름없이 걷다가,주저물러 앉았다가, 엎어졌다가,넘어졌다가

그야말로 엎치락 뒷치락하는 형편이다.

산업사회의 주역[主役]은 노[勞]와 사[使]이다.

이들의 조화관계가 잘 되어가는 기준를 두고 산업사회가

발전한다고 말하고,이 양자의 관계가 잘못되어가면 산업사회는

후퇴하게 되는 것이다.

산업사회를 이식하던 초기부터 반세기 동안은 일본제국주의의

군화 밑에 깔려서 사용자 쪽에서 일방통행만 해오다가

8.15광복이후부터는 좌우대결의 틈바구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했고, 빈곤극복 이라는 대명제[大命題]아래

노와 사,어느 한쪽은 목발을 집고 걸어가야 했었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한마디로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이다.

세계에서 가장 일 잘하고 부지런한 근로자로 손꼽히고 있고,

"세계는 넓고 할 일도 많다"면서 넘치는 의욕을 과시하는

능력있는 기업가가 구름처럼 많이 있으되,노사간 흥정하는

교섭과정에서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하는 솜씨로서는 선진국을 능가하지만 노사관계운영은

개발도상의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나 할가?

妥協 ( 타협 ) 과 對抗( 대항 )

1987년!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노동조합은 우선 양[量]적으로는

비대[肥大]해지고 있으나 아직 질[質]적으로는 그득차지 못한

것 같다.아직도 친구가 누구인지 원수가 무엇인지 분간해낼 판별력이

부족하다.무조건 대립관계는 원수사이라고 알고 있고, 약간의 도움만

주면 친구인양 믿는다.철부지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모양처럼

가치체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특히 노.사간에

있어서 서툰 행동이 차츰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첫째, 타협의 방법이 서툴다.

무조건 상대방과 협조만 잘하면 되는 것처럼 알고 있다.

둘째,대항의 방법도 어색하다.

무조건 상대를 때려 부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타협의 방법에도 알게모르게 책략이 깃들여 있으며,대항의

방법에도 술수가 숨겨져 있음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지만

입걸레[-껌]을 버릴때처럼 아무렇게나 팽개쳐 버린다.껌씹는

문화도 문화라면, 씹는기술과 재주만큼 버릴때의 도덕도

가추어야 하듯이 노사관계의 형성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협하는 방법, 대항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훌륭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鷄打竹勞! 필자는 닥치는대로 글을 쓰고 있지만 필자가

걸어온 길도 닥치는대로 격어 왔다. 청년시절에는 노동조합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노무과장자리를 얻어 방직공장에서 노무관리를,

대학부설 노동문제연구소에서 이 나라 노동교육을 앞서 서둘러

보기도 하다가,한때는 사업에 손을 대보기도 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해 노동행정에서 오두미[五斗米]로 십수년을 연명해 왔다.

노동문제와 관계하는 곳을 필자처럼 닥치는대로 편력하는 것도

일장일단이 없지 않으나 덕분에 노동문제라는 코끼리를 그려

보라고 하면 비슷하게나마 눈대중은 겨우 할것 같으면서도 아직

장님몰골은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앞으로 눈을 더 크게 뜨려고

계속 편력코자 한다.

다 같은 물이라도 뱀이 먹으면 독을 토하고, 암소가 마시면

우유를 남긴다.

전략전술은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다. 물,불,금속과 같은

복합적 소재일 뿐이다.

그러나 이용 여하에 따라 보약과 같이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잘못 써먹으면 남도 해치고 자신도 망치는 독약이

될 수도 있으므로,산업사회의 주인인 노.사는 주인답게

타협솜씨는 물론 보다 차원 높은 다툼을 이끌어 주기

바라면서, 이나마 다소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걸고 계속해서 이방면에 대한 탐구를 뚫어 나가고자 하는 바

많은 동지들의 동참도 아울러 기대하는 바이다.

이글을 역는동안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은사 김윤환박사님,

중앙경제사 사장님,기자여러분, 그리고 원고정리에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신 동료직원의 고마움에 충심으로 감사드린다.

1990년 4월 19일

著者 이 관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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